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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어떤권리

우리가 자칫 소홀히 여기기 쉬운 <또 하나의 명백한 권리>에 대해 명쾌하게 서술한 글 한 편 올립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독해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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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자의 방광은 평균 600㎖, 최대 800㎖의 소변을 모아둘 수 있다.

여성은 남성의 6분의 5 정도다.

성인의 방광은 비어 있으면 지름 3㎝ 정도의 공 모양이었다가 소변이 차면서 달걀 모양으로 바뀐다.

평상시 방광 두께는 1.5㎝ 정도지만 200~300㎖의 소변이 차면 3㎜ 정도로 얇아진다.

방광의 소변량이 100~150㎖(종이컵 1개 정도 분량)가 되면 배뇨기가 느껴진다.

방광 벽 신경을 통해 부교감신경계가 자극을 받아 배뇨 반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의도적으로 참다가 300~400㎖ 가량의 소변이 모이면 더는 견디기 힘들어진다.


소변을 오래 참는 것은 몸에 해롭다.

방광이 지나치게 커져 수축력이 떨어지거나 신장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소변이 많아지면 방광 내 압력이 높아져 소변이 신장에서 요관을 타고 방광으로 가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신장에 소변이 고여 탈이 생긴다.

어린이들에게 소변 참기를 강요하면 오줌을 잘 못 누는 '힌만 신드롬'에 걸려 각종 비뇨기질환을 앓을 수 있다.

전문의들은 배뇨기가 느껴졌을 때, 혹은 배뇨기를 느낀 후 조금만 참았다가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 때, 제 마음대로 볼 일을 보지 못하는 직업군이 있다.

2~3시간 이상 꼬박 운전석에 있어야 하는 버스 기사나 지하철 기관사, 백화점ㆍ마트 종업원, 자동화한 대형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일의 내용이나 근무 형태, 건물의 특성, 직장 분위기 때문에 매일 의도적으로 볼 일을 참아야 하는 곤욕을 치른다.

교통경관들도 마찬가지다.

도로에 2~3시간씩 서서 근무하지만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화장실 찾기가 쉽지 않다.

공중화장실은 부족하고, 화장실을 적극 개방하는 건물주가 드물다 보니 겪는 어려움이다.


출근길 네거리 교통신호를 수동 조작하던 경찰관이 급한 볼 일 때문에 10분간 자리를 비웠다가 혼잡이 빚어졌다.

일부는 '얼빠진 경찰'이라고 비난했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당시 네거리 주변 건물 화장실은 대부분 잠겨 있었고, 경찰관은 열린 화장실을 찾다가 시간을 지체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신호기를 자동 전환하지 않은 잘못은 있지만 징계는 과한 느낌이다.

공중화장실이 부족한 현실을 안다면 교통경찰관이 제때, 여유 있게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2인 1조 근무라도 시행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제때 화장실 갈 권리에 대한 인식 부재가 아쉽게 느껴진다.


*황상진(한국일보 논설위원)의 <제때 화장실 갈 권리>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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