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요즘의 청년실업문제가 마치 현 참여정부의 실정에 의해 빚어진 것처럼 매도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쓰레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럼 정치세력이 바뀌면 과연 청년실업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두 가지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충분하게 창출하든가, 아니면 현재 기업체에 근무하는 기존 종사원들을 대량 감원하는 방법이다.
첫번째 해법인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만큼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가이다. 용빼는 재주가 없는 한 현 경기상황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허드렛일이나 알바성 일자리가 아닌 정규직 일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현 정부가 미워서 투자를 꺼려 일자리가 안 만들어졌을까? 만약 그랬다면 천만다행한 일이겠지만 결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두번째 해법인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려고 한다면 노동권에 아마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은 노동유연성에 관한 모든 전권을 기업주들에게 위임해 주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대량해고와 전환배치, 그리고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소사장제 등의 경영합리화) 등의 권한을 기업주에게 부여해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해주면 기업주들이야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그냥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을 것 같은가? 아마도 '98년 IMF 사태를 능가하는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나이든 근로자들은 강제로 쫓아내고 청년실업자들로 대체하면 기업가와 청년실업자들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든 근로자와 청년실업자들이 전혀 별개의 관계가 아닌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예비 취업자들인 대학생들이나 졸업하여 취업대기 중인 청년들이 나이든 근로자들의 부양자와 피부양자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나이든 근로자들을 생계대책없이 강제로 해고시켰을 경우 가족들의 생계 및 피부양자의 학업지원 등의 문제가 당장 발생하기 때문에 결코 청년실업자들 입장에서 나이든 근로자들의 구조조정 문제가 불난 집에 불구경하듯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벤쳐 등 유망중소기업의 창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일에 대해선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한다면 그것은 정말 근시안적이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 가장이 경제능력을 잃어버리면 한 가정을 송두리째 불행의 늪으로 밀어넣는 결과를 초래한다.
요즘 웬만한 대기업들은 근로자들의 노령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떤 기업은 평균연령이 만 40세를 넘는 곳도 허다한 실정이다. 나이가 들면 사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순발력이나 몸의 유연성이 떨어져 안전사고의 위험 또한 높다. 기업주의 입장에선 노동생산성도 떨어지고 여러가지 로스 요인이 되는 나이든 근로자들을 내보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없었으면 현재의 기업이 존립할 수 없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대부분 회사의 산증인들이고 젊었을 적부터 피와 땀을 바쳤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단순히 나이 들어 능력이 떨어진다 하여 아무 생계대책없이 쫓아낸다는 것은 내 부모, 내 형제가 늙어 나에게 별반 도움이 안된다 하여 내 몰라라 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그래서는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은 나이든 근로자들을 위해 생계지원기금을 확충해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그에 상응한 생계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나이든 근로자들은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청춘을 바쳤던 사람들이다. 바꿔 말하면 이 사람들은 회사의 영원한 팬이요, 끊을 수 없는 영원한 고객인데 회사가 내팽기친다면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이 사람들에게 안겨주며 적을 만드는 것이다.
비자금, 정치자금 만들 여력 있으면 지금부터 그 돈으로 나이든 근로자들의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실질적인 생계지원금을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회사도 젊어지고 청년실업문제 또한 자연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청년실업문제는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기업주 스스로가 투명경영을 하지 않고 경영철학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필자의 생각으론 조기퇴직자를 위한 실질적 생계비를 지원해 줄 수있도록 충분한 기금을 조성하고 조기퇴직제를 정착시키는 것만이 기업 근로자들의 노령화 문제는 물론 청년실업문제도 동시에 해결 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최상의 묘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기업주가 사회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책무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追記>
일부 글의 내용을 잘못 곡해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 몇자 덧붙입니다. 저의 이야기는 나이 들었다고 해서 능력이 없다거나 청년실업자들을 위해 무조건 희생해야 된다는 그런 뜻은 절대 아닙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각 직장에 적체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청년실업자들의 구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IMF 때처럼 무조건적으로 잘라내선 사회갈등만 야기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에 예컨대 59세가 정년이라면 55세쯤에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대신 잔여기간동안의 급여를 미리 지불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조기퇴직기금을 조성하면 점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반드시 기업주의 희생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기업주가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이익 일부를 남이 아닌 이제껏 회사에 공헌한 연로한 근로자들을 위해 일정부분 봉사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씀드리면 이 사회의 상류층들의 사회적 책무(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길도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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