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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긍정적인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긍정적인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낙서장 2008/02/28 19:44   http://blog.hani.co.kr/hansamu/9902

 

   내가 가진 알량하지만 확실하게 얻는 지식 중 하나는 종교는 인간의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이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상에서 인간 이외의 생명체로서 종교를 가지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에 인류는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감정은 인간 이외의 생명체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인간은 종교라는 지식의 체계를 만들어서 그것을 해소하게 된다. 그리고는 나아가 자신들이 만들어낸 이 ‘지식의 체계’에게 무언가를 바라기 시작한다. 그 시점에서 종교는 그것을 만들어내고 유지시키는 자들에게 권력을 안겨준다. 서양에서 중세는 그 권력이 극대화되었던 시기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기를 ‘암흑기’라고 부른다. 종교가 만들어지고 그것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은 인간의 사고범위를 극도로 제약한다. ‘암흑기’라는 표현은 이 ‘믿음’이 가진 사고의 제약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순기능도 있다. 복잡하게 사고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 버거워 사고의 범위를 제한해주는 ‘이론적 근거’에 오히려 만족하거나 스스로를 추스를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사고의 기준과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해준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불쌍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재화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현실에 감사하는 것도 아니고 이 ‘봉’들 위에 군림하려 든다는 것이다. 나아가 ‘봉’인척 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이들은 종교를 이용하여 탈세 등 각종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사실 종교가 존재함으로 인간의 지식이 발전하고 전수되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알량한 지식으로 판단하건데 그 ‘지식’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던 시기는 이미 르네상스시대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끝났다고 본다. 간단하게 말해 종교의 역사적 사명은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먼저 이 사실을 간파한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은 전적으로 옳았다.


   그런데 니체가 내린 사망선고는 종교의 역사적 사명에서만 국한되었다. 종교(신)는 3일 만에 부활하여 2008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내가 니체만큼 똑똑하다는 말이 아니라고 먼저 말해두지만) 종교를 긍정하는 모든 사람들은 니체정도의 통찰력(혹은 그보다 한참 부족한 나 만큼의)을 가지지 못하거나 아니면 종교를 이용하려들거나 둘 중 하나의 부류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니체가 죽었다고 판단한 신은 신이 죽은지 모른 무지한 인간들과 이 무지한 인간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시 '살아난'것이다.

 

   얼마전, 나는 서울에 있는 봉은사에 다녀왔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데 불교계의 소망교회로 불린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30본산의 하나로서 친일파 주지‘들’도 배출했다. 해방후에는 종단간의 권력다툼의 한 복판에 있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치고 이 절집의 ‘으리으리함’을 처음보고 든 생각은 ‘경복궁 저리가라네’였다. 그 다음에 드는 생각은 그럼 이런 으리으리한 절집에 사는 ‘스님’들은 무슨 도움이 되는 일을 할까? 였다. 인간과 그 이외의 존재에게 막론하고 말이다.

 

   예로 든 봉은사 뿐만 아니다. 요즘 언론에서 대형교회의 비리와 세습의 문제 등을 말하고 있는데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도무지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가지는 ‘긍정적인’ 존재의의는 무엇인가? 아직도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