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불혹의 강가에서

흙냄새 2010. 6. 19. 08:26







(1) 

언제나 설레이는 마음안고

어둠이 내리는 강가에 서지만

돌아 올 때의 발걸음은

불혹의 인생만큼이나 무거웠지

 

세월을 낚듯 그렇게
낚시를 하는 것이라 하지만
오직 그 한 순간의
기회를 기다리는 오랜동안
설흔을 훨씬 지나 어느 새
불감의 인생이 되어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듯
무수히 쌓여진 후회와 다짐들이
다시금 깊은 강물로 출렁이는 밤

남겨둔 얼마쯤의 삶을 위하여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2)

밤마다 아내의 빈 가슴에선

굴절된 사랑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나가도

아이는 저만의

초록빛 꿈을 키우며 잠이 들고

세상은 여전히 불투명한 모습으로

낮선 어둠속에 날 버려두곤 했었지

 

그래, 또 다시 강가에 나와 앉아
무얼 하겠다는 것인가

밤새도록 허무의 늪 속으로

부질없는 낚시나 던지며

돌아오지 않을 꿈만

기다릴 뿐인데......

 

 

 

 

(3)

더 이상 미혹해선 안될

중년의 나이를 바라보며

견고한 생활의 곧은 심지를

가슴 속 깊이 뿌리처럼 내리고

어둠의 두터운 장막을 허물며

한올 한올 새벽하늘이

고운 물감처럼 퍼져 나가는 수면 위로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비칠 때면

피곤한 육신을 정성껏 추스리어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가

어긋나 버린 아내와의

못다한 사랑도 서로 어루만지며

정겨운 살붙이의

풋풋한 살내음을 맡아봐야지

 

긴긴 몽상의 뻘밭을 지나
다시 찾아가는 안식의 항구에서
새로운 닻을 올리며......